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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 대한 주변의 평판이 좋아서 선택했다. 500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책이지만 주말 아침에 펼쳐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나갈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장병규 의장이 크래프톤을 창업할 때 간절하게 꿈꿨던 '글로벌 게임 제작의 명가'라는 목표를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이루어왔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기록이 매우 자세해서 이런 것까지 모두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물려주고 싶다는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은 듯 마음속 깊이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정말 필요했던 주요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소통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핵심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 세번째는 함께 성장하는 열린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지속적으로 명확하게 회사의 비전을 소통하는 것이 구성원의 결집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비전은 그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반짝거리는 북극성이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특히 회사의 비전이 고객 우선 가치와 연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는 직원들은 매 순간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병규 의장은 타운홀 미팅과 전체 이메일을 통해서 '글로벌 게임 제작의 명가'라는 비전을 반복한다. 정말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귀에 못이 박힐 정도이다. 그리고, '명가'에 걸맞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품격을 갖춰달라고 요청한다.
두 번째, 명확한 인재관을 설정하고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와 자극을 제공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배우고 소통하는 직원들에게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팀으로 협력하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함께 성장하려는 핵심 인재 주변에는 계속 좋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가 되는 성장 문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세 번째, 성취의 결과보다 도전의 과정을 돌아보면서 경험을 자산으로 남기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이러한 태도를 갖게 하기 위해서 리더가 끊임없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다. 직원들 앞에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말하는 발표 행사를 상시적으로 열었다. '포스트 모르템(Post Mortem, 사후 부검)'으로 그간의 과정을 살피고, 다음 작업에서 장점은 더욱 살리고, 실수나 아쉬웠던 점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도에서 진행한다. 잘못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그 해결책은 어때야 하는지 등을 살핀다.
아래에는 아직도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는 이 책의 주요 메시지들을 정리해 보았다.
p41 비전에 대하여
변하지 않는 것은 고객 우선 가치다. 세상에 수많은 조직이 있지만 고객이 없는 조직은 존재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보다 시장과 고객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직은 고객과 시장에 맞춰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조직의 큰 변화는 비전의 변경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p77 좋은 사람이란
일 잘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나아가서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필요한 인재는 자신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있어야 했다. 경험한 만큼만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춘 지식 근로자를 최대한 회사에 품고 싶었다. 좋은 실력을 갖춘 조직은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이어야 한다.
p118 투자에 대하여
믿음을 사는 행위, 창업자를 향한 믿음을 웃돈을 주고 사는 행위, 창업자의 꿈에 깊이 공감할 수도 있고, 창업자 자체를 믿을 수도 있고, 아니면 창업자를 소개한 누군가를 믿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창업자와 관련된 무언가를 믿는 것이다. 신뢰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투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믿음은 신뢰는 일단 먼저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투자는 믿음과 신뢰에 관한 행위이며, 함께 협업하는 사회에서의 평판과 이력을 쌓아가는 행위이다. 투명한 대화, 일관된 행동, 믿음과 신뢰, 상호 존중 등이 계약서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161 소통에 대하여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개개인의 이기심이 조직의 '공공의 선' 또는 '남의 이기심'까지 해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기심의 패해는 횡령과 같은 탈법보다 광범위하다. 조직의 전체 그림과 작동 원리에는 관심 없이, 본인의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의도치 않는 이기심'은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는 이기적이고, 심지어 게으르고, 스스로를 자기 합리화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영을 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 같다. 조직의 '공공의 선'을 끊임없이 주창해야 하며, 한번 이야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주로 반복을 해야 한다. 너무나 이기적인 소수의 구성원은 일단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에, 들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이 스스로 '공공의 선'을 고민하고, 다른 구성원 혹은 경영자와 함께 팀으로 일하기 위해서 어디서 이기심을 발휘해야 하고, 어디서 이타심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이런 이기심이 성장의 자양분이라는 점 또한 분명한다.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권위주의가 아니라면 조직 경영이 힘들다는 인식이 싹트며, 역할과 책임보다 보상과 권한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된다.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p253 기업이 위기에 몰렸을 때 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
1. 읽기 - 읽어야 합니다. 리더는 한정된 시간과 정보만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읽어야 합니다.
2. 구상하기 - 구상해야 합니다. 읽었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작전을 짜야합니다.
3. 알리기 - 전해야 합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기점은 경영자의 강한 의지지만, 혼자서는 안 됩니다. 의지를 조직 구석구석에 전파시켜 위기감을 공유하고, 사원 각자가 자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4. 실행하기 - 실행하는 것이지요. 경영자는 평론가나 학자가 아닙니다. '현상이 이렇다. 장래는 이렇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를 입으로만 떠들면 안 됩니다. 결단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고모리 회장은 경영을 전투에 비유하면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립 탐정 필립 말로의 대사를 인용했다. "강인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상냥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도 없다."
p337 인재는 스스로 생산 수단을 갖는다.
인재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역량과 경험을 자기 안에 지닌다. 노동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다. 인재의 업무는 시행착오와 도전의 연속이다. 꾸준한 성과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큰 성과는 대부분 협업의 결과물이기에, 인재는 협업에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경험한 만큼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인재의 덕목이다. 지식 산업에서의 인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조직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권한, 절차와 매뉴얼 보다는 역할, 책임 자율이 그 근간이다. 누군가가 지켜보지 않아도 스스로 규율이 있는 것. 그렇다. 자율은 지식 근로자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은 기본이다. 지식 산업의 인재에게 자발적 동기와 의지는 특히나 중요하다. 어려운 도전일수록 애매한 업무일수록 그러하다. 성공을 추구하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기꺼이 배울 각오를 갖춰야 한다. 인재의 자발적 동기와 의지는 지식 산업의 근간이다. 지식 산업의 실패는 흔하다. 시행착오는 더욱 빈번하다. 시행착오와 실패는 쉽게 관리되는 영역이 아니다. 지식산업은 인재의 책임, 자율성, 의지 등이 중요한 산업이다. 제조업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6 시그마는 지식 산업의 핵심이 아니다.
p412 게임 제작의 명가, 함께
경영진과 제작진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막힘없이 토론하고 거침없이 비판하는, 그러나 합의된 결론을 향해 한마음으로 달리는 회사, 제작의 리더십과 실무진이 신뢰와 존중으로 팀을 이루어, 때로는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는 프로젝트를, 때로는 세상에 쉽게 나오지 않을 독특한 아이디어를 과감히 프로젝트로 만드는 회사. 실패한 팀에게 손가락질하지 않고, 성공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무시하지 않는, 성공과 실패 모두에 겸허하게 열려 있는 회사. 이와 같은 조직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기술이나 사업모델이나 전략보다는 이런 문화 자체가 세계적인 게임 명가로 가는 데 더없이 귀한 자산이며 경쟁력임을 알고 있는 회사, 그런 회사가 되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414 전체 그림에서 최선인가?
모든 의사결정의 공통 기준은 딱 하나, 회사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경영진이나 상급자가 실무진보다 역량과 경험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장하자면 직원들은 상급자를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상급자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틀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p470 리더의 조건
1.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더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좋은 생각과 결정을 했더라도 그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 일이 실제로 수행돼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2. 최고보다는 최선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다.
3.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걸 더욱 잘하도록 만드는 게 낫다. 장점이 단점이라는 마이너스를 상쇄할 정도로 큰 장점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낫다.
4. 권위를 이용한 지시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심각한 일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모아 최상의 결과를 끌어낸다. 나 같은 경우 대체로 지시하는 대신 부탁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5. 지시에 따라 일하지 않고 스스로 창조적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들은 하이 레벨의 가치와 핵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구체적인 결과물은 실제 구현자의 손에서 나온다. 디테일은 그들 손에 있다. 작고 유용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 또한 그들 머리에 있다. 제품의 성패는 결국 개별 작업자들이 얼마나 창조적으로 자기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개별 작업자들이 스스로 생각과 의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5.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것인지를 더 오래 고민해야 한다.
6. 리더에게는 자기객관화 또는 자아성찰이 중요하다. 추종자들이 리더를 결정한다. 추종자가 있어야 리더가 있고, 추종자들 능력이 총합이 결국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신뢰를 쌓아 추종자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자기 객관화 혹은 자아성찰이다.
p499 게임 제작의 명가
블루홀의 꿈은 존경받는 제작 리더십과 품격 있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명작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게임이 전 세계 유저들에게 재미와 감동, 행복을 선사하길 바랍니다. 정말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에 유저에 대해 학습을 멈추지 않는 동료, 품격있게 협업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게임 제작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며 유행에 좌지 우지 되지 않는 그런 동료와 함께, 블루홀은 좋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p512 직위에 대해서
우리에게 직위란 권한보다는 의무와 책임의 자리입니다. 효율을 위해 여러 결정 권한이 주어 지겠지만 직위를 막론하고 치열한 토론은 여전히 장려될 것이며,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제가 결정할 것입니다. 직위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잠시 위임되었을 뿐입니다. 권한을 일이 잘 되는 데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제한하거나 세력 싸움을 하는 데 사용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p523 세계 최고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최고를 위한 전략은 심플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하고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면 됩니다. 최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하고 얕은수를 사용하는 겁니다. 최고가 될 수 있다면 다른 복잡한 것을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플하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시다. 우리는 본질에 집중할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결승전은 없다! There is No Finish Line - 나이키 Nike”
[장병규 회장이 밝힌 크래프톤의 성장 비결]
1. 비전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 비전을 창조하는 것보다 비전을 변경하는 것이 더 어렵다. 확고한 비전이 있어야 조직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시대가 바뀌면 고객 우선 가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꾸어야 한다.
2. 투자는 믿음을 사는 행위다
: 창업가는 투자자를 속이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받는 것이 돈이 아니라 믿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해진 기한 내 제품을 만들어내려 달렸던 것은 투자자가 보내준 믿음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3.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을 돌아보라
: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따라서 어떻게 성공하느냐보다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구성원은 성장해야 한다. 구성원의 성장은 곧 회사의 성장이기도 하다.
4. 노동자가 아닌 인재와 일한다.
: 지식산업에서는 인재는 노동 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으며, 조직 전체를 고려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며, 동기와 의지가 강력해야 하며, 협업에 특화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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